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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앱스틸라, 해외에서 검증받고 돌아온 국산 혈우병 치료제

제목: "앱스틸라, 해외에서 검증받고 돌아온 국산 혈우병 치료제"
신문사: 청년의사
작성자: 김윤미 기자
작성일: 2021.08.13




원개발자 티움바이오 김훈택 대표 "예방적 측면에서 특히 우수"
"혈우병 환자들이 선호할 최적의 8인자 제제"

작년 1월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 씨에스엘베링(CSL Behring)의 '앱스틸라(성분명 로녹토코그알파)'가 새로운 A형 혈우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앱스틸라'는 '싱글체인(단일 사슬형)'이란 핵심 기술이 적용돼, 기존 A형 혈우병 치료제 대비 반감기‧곡선하면적(AUC)‧청소율(Cl) 등 약물동력학적 지표를 모두 개선하고 체내 작용시간을 연장한 제제여서 관심이 모아졌다.

이와 함께 '앱스틸라'가 주목을 받은 또다른 이유는 2009년 국내 기업인 SK케미칼이 개발해 세계 최대 혈액제제 전문 기업인 호주 씨에스엘베링에 기술수출한 국내 바이오 신약이라는 점이다. 국산 신약이 약 11년 만에 글로벌 치료제가 되어 돌아온 것.

개발 당시 SK케미칼 혁신연구개발(R&D) 센터장을 맡고 있었던 김훈택 現 티움바이오 대표는 '앱스틸라'를 탄생시킨 주역 중 한 명이다. 현재도 혈우병 등 희귀질환 치료제를 전문으로 개발하며 활발한 연구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에 김훈택 대표를 만나 개발 히스토리 및 국내 도입에 대한 소회, '앱스틸라'가 국내 혈우병 환자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 들었다.

한편, 앱스틸라는 국내에서 SK플라즈마와 씨에스엘베링이 공동판매한다. 



- 앱스틸라 국내 허가를 보며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큰집으로 떠나 보낸 (자식이) 잘 (커서) 돌아온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한국에 더 빨리 돌아오지 못하고 10년이나 걸린 게 안타깝기도 하다. 여기에는 우여곡절이 있다. 2012~2013년도에 씨에스엘베링에서 국내를 포함해 앱스틸라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려고 방한한 바 있다. 앱스틸라 임상시험에 한국을 포함해달라고 우리가 요청했고, 그 요청을 씨에스엘베링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와의 논의가 원활하지 않아 결국 한국은 임상시험 국가에서 제외됐다. 이후 앱스틸라가 해외에서 출시된 다음에도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국내 도입까지는 시일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앱스틸라가 해외에서 많은 환자들에게 사용됐고, 이로 인해 다른 8인자 제제보다 더 편하고 효과가 좋다는 인정을 받은 후에 국내에 도입돼, 앱스틸라를 함께 연구했던 연구원들이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사실 연구원들이 약을 만들어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개발까지 워낙 오랜 기간이 걸리다 보니 도중에 다른 직종이나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앱스틸라는 연구자로서의 자긍심을 높여준 부분이 있다.

- 앱스틸라 개발 배경이 궁금하다.

1990년에 당시 SK 선경인더스트리, 지금의 SK케미칼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고, 제일 처음 합류한 팀에서 국내 최초 신약인 '선플라'(항암제)를 발굴했다. 당시 선플라를 가지고 글로벌 제약사에 협업을 제안하면서 느꼈던 것은,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었다. 90년대에는 대한민국의 신약 개발 단계가 거의 석기시대 수준으로, 신약 개발이 전무했던 시절이었다.

이후 1996년도에 회사 지원으로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신기술을 접하게 됐다. '단백질을 이런 방식으로 조합해서 이런 결과물을 낼 수도 있구나', '변형도 시킬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2000년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희귀질환 분야 연구개발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 시장을 살펴보게 됐다. 지인 중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을 살펴보니 '에리트로포이에틴', 'GCSF' 시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희귀난치와 연관 짓다 보니 혈우병 치료제 시장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시장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상태였는데, 당시 가장 비싼 약이 혈우병 치료제이기도 했다. 8인자 제제가 그램(g)당 30억원이었는데, 이는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었다. 워낙 발현이 안되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았던 것이다. 또 시장의 플레이어들을 보니 한번 겨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최종적으로 혈우병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기라성 같은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을 만들어서 국내 시장에 판매했지만, 나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했다. 기존 시장 문제인 '비싼 약가'와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인 '적은 횟수의 투여로도 높은 8인자 활성도를 유지하는 것',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싱글체인(Single Chain)'이라는 구조 변형을 생각해냈다. 미국에서 박사과정 때 배웠던 단백질 구조 변형을 접목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본 것이다. 당시에는 국내 과학자들이 급진적이지 않았고, 기존의 틀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방법은 시도하지 않았었다. 우리 연구팀은 기존의 상식과 한계를 넘어 도전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씨에스엘베링에 기술수출까지 하게 됐다.

- 앱스틸라의 핵심인 '싱글체인' 기술은 무엇인가.

보통 8인자 제제는 구성요소들이 '이온(ion)'간 인터액션(interaction)을 한다. 이온적인 인터액션은 결합력이 낮기 때문에 8인자 자체가 굉장히 불안정한 특성을 가진다. 때문에 생산이 어렵고, 그래서 가격이 높다. 이러한 낮은 결합력을 확실하게 높이려는 목적으로 단일사슬 형태로 만드는 구조를 생각했다. 결합력이 강하고 생산도 잘되며 생체에도 안정적으로 작용하는 방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에 본 빌레브란트 인자(von Willebrand Factor, VWF)라는 생체 내 파트너(co-factor)를 생각해 냈다. 8인자가 체내에 안정적으로 있기 위해서는 VWF와 결합력이 높아야 하는데, 앱스틸라는 VWF와의 결합력이 높기 때문에 체내에서 소실되지 않고 보다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VWF와의 결합력 증가는 PK 개선으로 이어졌다. 반감기가 연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AUC(곡선하면적)이 개선돼 체내에 보다 길고 넓게 분포하며, 청소율(Cl) 개선으로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오래 남아 8인자 활성도를 유지한다.

더 중요한 점은 앱스틸라의 구조는 하나의 분자가 가질 수 있는 트롬빈(thrombin)을 활성화시키는 능력이 다른 8인자 제제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앱스틸라가 20~50 IU/kg라는 넓은 용량 범위로 치료해도 높은 효과를 보이고, 연간출혈률(ABR)이나 연간자연출혈빈도(AsBR)에서도 좋은 수치를 보이는 것이다.

- 그런 점들이 A형 혈우병 환자에게 어떤 임상적 혜택을 줄 수 있나.

앱스틸라가 최근 보험급여를 받았는데, 국내 혈우병 치료제 보험급여는 unit, 즉 투여당 양이 제한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앱스틸라는 20~50 IU/kg으로 투약 범위가 넓어서 적은 양으로 여러 번 맞으면 환자들도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다. 앱스틸라는 단위 분자당 피브린(fibrin)을 생성하는 트롬빈의 활성화 능력이 다른 제제보다 높기 때문에 예방요법 효능 면에서 굉장히 좋다.

국내 시장에는 페길레이션 기술을 적용해 반감기를 연장한 타 치료제가 이미 출시돼 있지만, 환자에 따라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PEG(폴리에틸렌글리콜) 자체가 이미 비누, 샴푸 등 여러 물품을 통해 노출돼 있는 환경에서, 효과가 비슷하다면 굳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약제를 선택할 것인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 최근에는 원샷으로 혈우병 치료가 가능한 유전자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현재도 혈우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로서, 이 분야에 여전히 존재하는 미충족 수요는 무엇이라고 보나.

제약사들은 미충족 수요가 약간만 있어도 틈새시장을 통해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기존에 사용하던 약제를 적게 투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다. 실질적으로 혈액을 응고하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투약하는 제8인자의 양을 줄여 환자들이 더 적게 주사를 맞을 수 있는 기전으로 개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핵심은 몸에서 항상 일어나는 출혈을 8인자 제제로 얼마나 잘 막을 수 있느냐다.

혈우병 환자가 유전자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 개인의 8인자 보유 여부에 따라 약 30%에서 중화항체가 발생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임상을 지속하고 있지만, 규제당국에서는 장기 데이터(long-term study)에 대한 결과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치료제는 원래 사람 지놈(genom)에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데 유전자 치료제는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어 문제 소지가 있다. 암을 억제해야 하는 유전자에 이런 치료제가 들어갈 경우 암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유전자 치료 중에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1~2회 정도 발생했다. 지금은 작은 집단에서 실험한 결과지만, 향후 많은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는 편의성을 증가시킨 결과로 위험부담을 감수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8인자 제제가 현재와 같은 효능으로 반감기를 더 향상할 수 있다면, 현재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 치료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개발된 항체 치료제와 8인자 제제의 장점을 합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또 기존 정맥주사제인 8인자 제제를 피하주사제로 개발하면 투약면에서 더 편리하겠지만, 8인자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피하주사 제제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런 기존 장벽을 넘는 것이 개발자들의 과제다.

- '앱스틸라의 아버지'로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앱스틸라는 VWF라고 하는 생체 파트너와의 결합력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혈우병 환자들이 가장 선호할 수 있는 8인자 제제다. 이는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글로벌 임상 경험이 많고 환자를 위하는 씨에스엘베링이라는 회사가 오랫동안 8인자 제제를 연구 개발한 끝에 만든 제품이기 때문이다. 기술과 신뢰가 있는 회사의 제품이기에 믿고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 앱스틸라는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기술을 검증하고 다시 돌아온 치료제다. 앱스틸라가 한국에 잘 돌아올 수 있도록 기여해주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